‘노스탤지어’는 ‘과거 고향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지난 시절에 대한 깊은 향수와 그리움과 동경으로 인한 일종의 회향병(懷鄕病)입니다.’

저는 고향이 인천이며 1971년~1973년 월남에 맹호부대로 참전하였습니다. 수많은 전투로 사선을 넘나들다 무사히 고국으로 귀국하였습니다. 당시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군목님께서 지하 벙커 내무반으로 오셨습니다.

우리전우들은 예배드릴 준비를 했는데 찬송에 앞서 ‘고향의 봄을 부르자’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그 노래가 어찌나 감동이 되었는지, 우리는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흘리며 불렀습니다. 예배 후 목사님은 한 전우씩 끌어안으며 “우리 꼭 살아 돌아가자!”하시며 어깨를 다독여 주셨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어제 매우 감동적인 TV 프로그램을 시청하였습니다. ‘남해독일마을’을 소개하였는데 우리가 보통 알기로는 1960~1970년대 독일로 취업해 간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노년을 보내는 마을입니다. 독일에서 무려 40여년을 지내신 분들이기에 그곳의 문화에 따라 독일식으로 집을 지었는데 재료는 물론 가구들도 모두 독일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남해의 빼어난 자연 풍광과 이국적 모습이 어우러져 신데렐라의 동화 속 집 같습니다. 이제는 관광지로서 혹은 민박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나온 분은 간호사로 독일에 가서 독일인과 결혼을 하고 자녀 손자를 낳아 길렀지만 고국산천이 그리워 끝내 한국에 돌아와 독일 마을에 둥지를 틀은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반대로 독일인 남편이 향수병에 걸리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독일에서 쓰던 모든 가재도구들을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것입니다. 노부부의 식탁은 독일식 햄 소시지와 포도주 와인, 텃밭의 토마토였으며 그림 같은 집에서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도중, 노 간호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막상 고국산천에 와보니 또 외로운 이방인 이었습니다.” 간호사의 파독 당시 40년 전 사진은 그야말로 ‘백의 천사’였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무정함은 다시 돌아갈 수 없도록 멀리 옮겨놓았습니다. 노 간호사는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 흩어진 혈육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비애에 젖었고 눈에는 이슬이 맺혔습니다. 엷은 미소의 얼굴에는 ‘노스탤지어’의 그림자가 언 듯 스쳐지나갔으며 불과 몇 십 년 후면 그 아름다운 독일 집, 텃밭, 애지중지 아끼며 손 때 묻은 집기들을 떨쳐 버리고 떠나야 할 모습에 쓸쓸함의 여운을 남겼습니다.

제 고향은 인천이지만 고향을 찾은 들 아버지와 형님은 이 땅에 안계십니다. 혈육들은 제각기 살길을 찾아 서울로 부산으로 미국으로 중국으로 흩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소꿉친구들은 더러는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는 고향을 떠났으며 더구나 개발로 인해 ‘상전벽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인간은 영원히 노스탤지어인가?’ 대답은 ‘예.’입니다. 그래서 밀턴은 인류 조상 아담이 잃어버린 ‘실낙원’[失樂園 Paradise Lost]이라는 서사시로 ‘노스탤지어’의 슬픔을 묘사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하지만 여기희망이 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 로라 증거 하였으니 이같이 말하는 자들은 본향 찾는 것을 나타냄이라 저희가 나온바 본향을 생각하였다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저희가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히11:13). 밀턴은 ‘실낙원’에 이어 ‘예수’를 통해 회복되는 ‘복 낙원’[Paradise Regained, 復樂園]의 기쁨을 노래했습니다.

제가 전쟁터에서 군목 목사님과 함께 울며 불렀던 ‘고향의 봄’은 표면적으로는 조국 대한민국 이었지만 내면적으로는 죽음을 넘어 저 천국본향 낙원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부디 하나님 앞에서 영원을 사모하는 가운데 이 땅위에서의 삶을 외국인과 나그네로 고백하므로 본향으로 돌아가는 기회를 잃지 않으시길 기도합니다.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 목사드림. http://vision.069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