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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69 "저어 미안하지만 '하드' 하나 주세요!"
2005-04-26 18:23:35 read : 4163
부산 금곡동 6단지에서 이삿짐을 싸고 장롱을 옮기던 중 일어난
일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사 갈 때 장롱을 들어보면 그 밑에 영락없이 동전 몇 닢들이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앉아있습니다. 그것을
내려다보는 순간, 언 듯 과거가 회상이 되어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니까 1985년 대전에서 살 때였습니다. 당시 신학생 시절이었기에 무척
곤궁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5살 박이였는데 장롱을 옮기던 중 동전 몇 개를 주웠습니다. 그러더니만 녀석이 "야 돈이다 돈, 엄마 아빠 우리 이것
가지고 쌀두사구 연탄두사구 다아 사자!"하면서 아주 신바람이 났습니다. 부모의 때 꺼리 걱정을 그 나이에 어떻게 알았는지 지금도 신기합니다.
화폐의 교환가치를 모르는 어린애였기에 동전 몇 닢에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부부는 마냥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 무렵
집사람이 콩나물을 사러 가게에 갔다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왔는데, 방에 들어오자마자 앉아 있던 아이를 다그치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어린
녀석이! 너 바른대로 말해..." 까닭인즉, 이 쪼끄만 녀석이 몰래 외상으로 갖다 먹은 것이 꽤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깜짝 놀라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 부부는 합세해서 앞뒤 볼 것 없이 아이에게 매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잘못한 것은 고사하고 매를 맞을 이유가 없다는 눈치였습니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던 집사람이 "너 묻는 말에 바른대로
대답해"라고 윽박지르자 술술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연인즉 가겟방에 갈 때, 엄마의 방법을 단지 따라 했을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어 미안하지만 콩나물 100원어치만 주세요!" 이 때 엄마가 '저어 미안하지만' 한 것은 외상으로 사는 것이기에 미안해했던
것인데 아이는 외상이라는 것을 잘 모르기에 물건을 살 때 일상적인 관용어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어쨌든 가겟방 아줌마는 선뜻
콩나물을 싸주었고 그래서 혼자 눈여겨보고 생각하기를 "아하 저렇게 하면 물건을 주시는 구나"하고 그래서 엄마의 방법대로 자기도 뭐든지 먹고
싶으면 "저어 미안하지만 '하드' 하나 주세요!" "저어 미안하지만 '과자' 한 봉지 주세요" 이렇게 해서 갖다 먹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는 외상이 뭔지 모르는 나이였고 다만 '콩나물' 대신에 어떤 물건이든 대입해서 "저어 미안 하지만 '.....' 주세요"하면 먹을 것이
나오니 그저 편리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전후 사정을 다 듣고 보니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아이에게 있어 별로 잘못한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경솔히 매를 든 것을 정중히 사과하고 외상이라는 것은 '나쁜 것?' 이라고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개를 갸웃뚱 하는 눈치를 뒤로하고 시간이 흘러 어느 덧 성장을 해서 신학교의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이 생명의 편지를 읽으시는 분이여!
이 이야기는 인생살이 일상에서 겪는 에피소드이지만 귀중한
교훈을 얻게 됩니다. 예수님은 기도에 관해 "너희가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시행하리니 이는 아버지로 하여금 아들을 인하여 영광을
얻으시게 하려 함이라"하셨습니다(요14:13). 기도 응답의 조건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응답 받는 궁극적인
목적은 시행하시는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시는 것입니다. 한편 예수님의 이름으로 구하는 것은 마치 무슨 주문을 외우듯 하는 형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도는 주님과의 사귐 혹은 친교(fellowship)로서 상호 인격적인 교제를 의미합니다.
하나님과 인간은 에덴
동산에서 깊은 사귐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죄 삯으로 사망을 선고받은 뒤 쫒겨났습니다. 이때 하나님은 아들 예수를 보내사 십자가로 인간의
죄를 대속 하도록 하셨습니다. 마치 하나님과 인간사이의 벌어진 협곡에 예수라는 다리(Bridge)를 놓아주시므로 하나님 품으로 돌아오는 길을
마련해 주신 것입니다. 기도는 하나님께 구하는 것인데 이때 반드시 예수님의 이름으로 구해야만 합니다. 마치 하나님께 나아갈 때 '다리'를
통과해야 만 하듯 예수님의 공로를 의지하며 하나님께 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도의 비밀입니다.
이제 아이의 세계로 잠깐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아이는 당시에 무척 행복했을 것입니다. 그 많은 먹을 것들에 대하여 무엇이든 구하면 얻는 비결을 가지고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이 구함의 비결을 가지고 예수님의 이름을 의지해서 무엇이든지 구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지금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하나님은 자신의 뜻대로 구하면 적당한 시기에 온갖 구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에 넘치도록 채워주시는
분입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목사드림.
http://vision.069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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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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