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파트 옆집에 92세가 되신 할머니가 계십니다. 연세에 비해 얼굴이 고우시며 언행심사에 사려 깊은 생각과 행동으로 항상 품위 있으신 분이십니다. 마음 씀씀이도 넉넉하셔서 상대를 배려하시므로 이웃과 노인정에서도 존경받으시는 분이십니다.

할머니께서 교회를 나오시게 되었습니다. 성함을 여쭈어보니 ‘김원통’이라고 하시기에 이름이 이상했습니다. 제가 웃으면서 ‘할머니 성함이 이상해요?’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사연이 있겠지?’하고 ‘제가 이름을 새로 지어 드릴게요.’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그래서 ‘김원경’ 으뜸 원(元)자에 경사 경(慶)자로 지어 드렸습니다. 이름의 뜻을 설명하면서 이제 하나님의 딸로서 범사에 경사스러운 일에 으뜸이 되시라고 말씀을 드리니 마음에 들었고 부르기도 예쁘다고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그렇게 근 일 년을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름의 사연에 대해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제 생각은 아마 아버지가 아들을 기다렸는데 딸을 낳아서 ‘원통해’라는 이름을 지어 준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기막힌 사연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셔서 이 땅에 안 계셨던 것입니다. 즉 아기가 ‘유복자’로 태어난 것입니다. 이 얼마나 애통할 일입니까? 홀로 된 어머니는 자신도 서럽고 핏덩이도 불쌍해서 애통한 심정을 가눌 길 없어 이름을 그렇게 짓게 된 것입니다.

아기가 자라면서 얼마나 아버지를 그리워했겠습니까? 남들 다 부르는 ‘아버지’를 한 번도 부르지 못한 채 성장했던 것입니다. 가엽게도 ‘아버지’라는 단어를 모르고 산 것입니다. 그 기막히고 아픈 심정을 무엇으로 다 표현 하겠습니까?

그런데 이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따라갔습니다. 시집가서 시댁에 가보니 당연히 계셔야 할 시아버지가 안 계셨던 것입니다. 이미 돌아가신 후였던 것입니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으로 이젠 ‘아버지’라고 부를 기회가 영영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할머니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을 눈물로 삭이며 그 많은 세월들을 오늘 까지 다 보내오신 것입니다.

그러다 늦게 교회 나오시면서 구역예배를 드리며 성경공부를 하다 보니 거기에 ‘하나님 아버지’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생소하고 낮 설은 단어, 아니 가슴 깊이깊이 묻어두었던 ‘아버지’가 새록새록 솟아나온 것입니다.

어느 날 혼자서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하는 순간 가슴이 복 바치며 목이 메고 눈물이 왈칵 쏟아진 것입니다. ‘아버지’ ‘아버지’ 되 뇌이고, 또 되 뇌이며 그렇게 해서 가슴 깊이 숨겨졌던 응어리 ‘아버지’를 향한 사랑을 남다르게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김원경 성도님은 마침내 하나님의 자녀로서 ‘살아계신 하나님 아버지’를 모시고 살게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오늘은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는 주기도문의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버지여!’ 이것은 기도의 대상이 인격을 가지신 분이시라는 것을 뜻합니다.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미지의 신(神)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 아버지’라는 사실입니다. ‘아버지’는 두 가지를 가르쳐줍니다.

첫째, 아버지는 생명의 근원입니다.

우리 육신의 출발은 모두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처럼, 모든 인간의 출발은 바로 창조주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에덴동산에서 불순종의 죄를 지으며 단절된 아버지의 관계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다시 자녀로서의 신분과 지위가 회복되었습니다. 아버지를 부른다는 것은 곧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이 말은 그저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을 믿는 것으로 주님은 “내 아버지 곧 너희 아버지가 되었다.”라고 했습니다(요 20:17).

둘째, 아버지는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합니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보호와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집나갔던 탕자가 정신 차리고 돌아오면서 스스로 뉘우치며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얻었사오니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 할 수 없나이다.’하자 기다리시던 아버지는 반갑게 맞이하며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워주시고, 발에 신을 신기시며, 소를 잡아 큰 잔치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차례로 돌아온 탕자로서 ‘아버지’를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잃었던 생명을 되찾고, 이 땅에서도 아버지의 돌보심으로 풍성한 삶을 사시기를 축원합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 목사드림. http://vision.069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