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8  달맞이 고개

  달맞이 고개는 평소 수십 여 차례 찾아간 곳이기에 그저 느린 걸음으로 해월정(海月停)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제 입에서 '아!...' 하는 탄성과 흥분이 입술사이로 흘러 나왔습니다. 서둘러 '여보 빨리 와 봐...' 달맞이 고개의 진면목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뒤 따라 올라온 아내는 '응 이거였구먼' 부산에 온지 10년이 되었지만 이런 장면은 처음 목격한 것입니다. 2005년 12월 어느 날 밤 열두시 너머 달이 휘영청 밝은 겨울 바다였습니다. 서울의 지인 들이 부산을 방문했는데 일정에 '달맞이 고개'가 있었기에 바람도 쐴 겸해서 함께 나갔습니다. 해운대 백사장을 거닐며 쌓인 스트레스를 짭 조름 한 해풍과 푸른 파도에 씻어 날리고 멋진 드라이브로 달맞이 언덕을 오른 것입니다.

  달맞이 고개의 명성은 '달' '빛' '바다' 이 셋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천혜의 작품입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은 중천에 떠서 온 세상을 비추는데, 달빛이 닿는 사물들은 온통 파르스름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밑의 바다는 쏟아지는 은가루 빛으로 인해 주변과 대조되는 색깔로 곧 '찬란한 은백색'이었습니다. 마치 빛이 녹아 내려 붙고 반사하는 거대한 유리바다 같았습니다. 파도에 의해 출렁거리며 세워지고 부숴 져 비추는 천천 만만의 빛 조각들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 현란함에 탄성이 나온 것입니다.

  이 풍광은 가로 횡으로 보았을 때 달빛을 바로 받는 아래쪽은 눈이 부실 정도의 백색이고 옆으로는 은색으로 번지다가 검푸른 색깔로 변했습니다. 세로 종으로 보았을 때는 마치 카페트를 길게 깔아 놓은 것 같았습니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부터 바로 앞까지 휘황찬란한 은백색 카페트를 깔아 놓은 것입니다. 저는 "그러면 그렇지" 되 뇌이며 '달맞이 고개'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한편 조연으로의 '해풍' '해송' '언덕 위의 카페들'을 생각했습니다. 해풍에 따라 춤추는 파도, 미끈한 해송은 달(月)을 '등'(燈) 달고, 둘러선 카페는 달맞이 관객 꾼 이었습니다. 해운대는 대한팔경의 하나이며 동해와 남해의 여울목이기에 유일하게 월출과 월몰을 볼 수 있습니다.

  춘원 이광수의 시(詩)입니다.

  <滄波(창파)에 明月(명월)이요 靑山(청산)엔 淸風(청풍)이라. 淸風明月(청풍명월)이 高樓(고루)에 가득 차니 紅塵(홍진)에 막혔던 胸襟(흉금)이 활짝 열리더라. 바다도 좋다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곳에 뫼 단 말인가 하물며 淸風明月(청풍명월) 있으니 仙境(선경)인가 하노라 누우면 山月(산월)이요 앉으면 海月(해월)이라 가만히 눈감으면 胸中(흉중)에도 明月(명월)있다. 五六島(오륙도)스쳐 가는 배도 明月(명월) 싣고 가더라.> 

  시인 '타고르'는 어느 날 밤 나룻배를 타고 촛불을 켠 채 크로체의 미학(美學)을 읽으며 사색에 잠겼습니다.  밤이 깊고 크로체의 난해한 이론에 피곤해진 그는 잠자기 위해 책을 덮고 촛불을 껐습니다. 순간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창문으로부터 달빛이 춤추며 흘러 들어와 방을 가득 채운 것입니다. 순간, 타고르는 침묵에 빠졌습니다. 놀랍고 신성한 경험이었습니다. 밖으로 나가 뱃전에 서자 고요한 밤 숲에 떠오른 달은 너무 아름다웠고 강물은 숨을 죽이고 천천히 흘러갔습니다. 타고르는 그 날 밤 일기에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아름다움이 온통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외면한 채 아름다움에 대한 책에 파묻혀 있었다. 아름다움은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 있었다. 내가 켜놓은 작은 촛불이 그 아름다움을 가로막고 있었다. 촛불의 연약한 빛 때문에 달빛이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마음이 울적하거든 세상의 모든 불을 끄고 대 자연 앞에 서 보세요 그곳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의 손길과 음성을 보고들을 수 있습니다. 소련 우주 비행사 티토프는 "내가 우주에서 지구를 몇 바퀴 돌아보았지만 하나님은 보이지 않더라"했으나, 미국 우주 비행사 글렌은 "나는 우주 여행을 하면서 우주의 찬란한 광경을 목격하고 지구 위에나 이 공간에나 같은 자연법칙이 운행되어서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는 것을 보니 하나님은 계시더라"했습니다.

  똑같은 광경을 보았지만 그들의 관점은 이렇게 차이가 있었습니다. '신앙은 이성으로 알고 믿는 것이 아니라 먼저 믿고 아는 것입니다.' 성경은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 아나니"했고(히11:3). 또한 "마음이 청결한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이요."했습니다(마5:8). 달이 바다를 밀물과 썰물로 이끈다는 사실은 믿으시겠지요 하나님의 손길이랍니다. 

  저는 그 날 찬란한 은백색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이 빛 길을 따라 오시고 저는 마중 나가는 장면입니다. 성경에 예수님께서 밤 사경(四更:3~6시)에 갈리리 바다 위를 걸어오셨는데 그때 제자들은 파도에 의해 괴로이 노를 젓고 있었고 베드로는 주님을 향해 물위를 걷다 바람을 보고 무서워 빠져갔습니다. 이때 손을 내밀어 붙잡으시면서 "믿음이 적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하셨습니다(마14:). 여러분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계시를 통해서 주시는 믿음의 교훈입니다. 부디 주께서 여러분의 괴로운 날, 손 잡아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목사드림. http://vision.069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