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서 갑바도기아 까지는 750km 인데 육로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국내선 비행기로 1시간 15분 정도 후 카이세리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갑바도기아는 수도 앙카라를 지나 소아시아반도 내륙을 차지하는해발 900m의 분지 아나톨리아 고원지대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터키는 산도 많았지만 그 사이 끊임없는 평야가 펼쳐졌고 농지도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농촌의 집들은 거의 2층 슬라브에 위성안테나를 갖추었고 빨강 파랑 지붕과 마당의 트랙터가 손에 잡힐 듯하며 옹기종기 모여 사는 모습이 매우 평화스러웠습니다.

1. 갑바도기아의 역사적 배경

갑바도기아는 ‘친절하고 사랑스러운’의 뜻으로 주요 지역은 괴레메 석굴교회를 중심으로 파샤바 계곡, 우치사르 그리고 외곽에 데린 구유 등이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우리는 바대인과 메대인과 엘림인과 또 메소보다미아, 유대와 갑바도기아, 본도와아시아”(행2:9)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것은 흩어진(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유월절을 지키러 예루살렘에 왔다가 오순절에 난 곳 방언으로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복음을 듣습니다.

갑바도기아인들은 주님을 가슴에 품고 돌아가서 천국을 소망하며 신앙생활을 새롭게 시작했고 그래서 이미 1세기에 자생적으로 교회를 세웠습니다. 후에 베드로는 이들에게 이렇게 서신을 띄웁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 베드로는 본도, 갈라디아, 갑바도기아, 아시아와 비두니아에 흩어진 나그네에게”(벧전1:1), 여기서 ‘나그네’는 소아시아 전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던 유대인 그리스도인과 개종한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을 말합니다.

특히 이들을 ‘나그네’로 표현한 것은 저들이 팔레스타인 이외의 지역에 정착했지만 영적으로 하늘에 있는 영원한 본향을 사모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위로하기위해 공동서신을 보냈던 것입니다. AD 4세기에 그리스도교 신학과 영성이 약진한 곳은 로마도, 콘스탄티노플도, 에베소도 아닌 놀랍게도 터키 중부의 외진 곳 갑바도기아였습니다.

초대교회사에 나오는 ‘갑바도기아 교부 삼총사’는 바실리오, 나지안의 그레고리오, 니사의 그레고리오입니다. 주님의 신성을 부인한 아리우스 이단과 맞서 정통기독교 신앙을 세우고 삼위일체론을 확립했고(니케아 신조), 처음으로 성령님에 대해 하나님이란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갑바도기아의 세 교부들은 수도자 일뿐 아니라 교회의 목회자요 신학자요 영성가들이었습니다.

이런 영성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바로 갑바도기아의 은둔의 수도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청빈, 순결, 순종, 자기부정,오직 천국의소망이었습니다. 이러할 때 교부들은 성령의 감동으로 예지력이 주어졌고 영성이 하늘에 닿았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고 먹먹했습니다. 카이세리 공항에 도착 후 리무진을 타고 한참을 달린 후 마침내 기독교 신앙, 영성의 요람 괴레메의 파샤바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2. 파샤바 계곡

‘아! 이게 뭔가? 이럴 수 가’ 기상천외의 풍광에 눈이 의심되며 당혹스러웠습니다. 갑자기 시간과 공간이 바뀐 외계의 혹성에 성큼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의 버섯 바위들과 암굴집의 요정굴뚝, 작가의 상상력이 풍부하다 했는데 알고 보니 이곳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주 SF영화 ‘스타워즈’ ‘혹성탈출’등도 이곳을 모델로 할 정도로 침식계곡이 독특하고 희한하게 생겼습니다.

‘장가계’가 대 자연이라면 ‘피라밋’은 인공적인데 이 둘을 합친 것이 ‘괴뢰메 파샤바’계곡이었습니다. 이지역은 먼 옛날 화산 분화구에 의한 화산재와 용암 등이 오랜 세월동안 바람, 비, 눈 등에 의해 침식당하면서 형성되었는데 선진들이 이곳에 토굴을 파고 신앙을 지켰던 것입니다.

성경은 박해를 피해 신앙생활을 했던 믿음의 조상들에 관해 “돌로 치는 것과 톱으로 켜는 것과 시험과 칼에 죽는 것을 당하고 양과 염소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여 궁핍과 환난과 학대를 받았으니(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치 못하도다) 저희가 광야와 산중과 암혈과 토굴에 유리하였느니라.”했습니다(히11:37~38).

우리 일행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둘러 암벽을 타고 굴로 들어가 무릎꿇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나직이 신앙을 고백했습니다. ‘환난과 핍박 중에도 성도는 신앙 지켰네, 이 신앙 생각할 때에... 죽도록 충성하겠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현재 추구하는 신앙생활을 생각해보니 한없이 부끄러웠고 죄스러웠습니다. 선진들의 애통함과 눈물이 강을 이루어 복음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한국에 오게 된 것입니다. 모래 바람에 입안이 으적거리는 이 황량한 벌판에 무엇을 먹고 살았을 까?

벽에 새겨진 이름 모를 흔적들, 개미구멍처럼 상하 좌우로 뚫린 아주 좁은 곳을 간신히 빠져 기어 올라가 보니 작은 골 방, 큰 골방 기도하기에 알맞은 곳들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거기서 그렇게 하늘나라를 사모하며 살다가 때가되면 임종하고 천국의 부름을 받은 것입니다. ‘아 목이 메고 가슴이 막혔습니다. 부끄럽게 신앙생활하지말자’라고 다짐하며 주먹으로 눈물을 훔쳤습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 목사드림. http://vision.069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