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2월 8일 프랑스의 세계적 여성잡지 엘르(Elle)의 편집장이며 준수한 외모와 화술로 프랑스 사교계를 풍미하던 43세의 ‘장 도미니크 보비’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3주후 의식을 회복했지만 전신마비가 된 상태에서 왼쪽 눈꺼풀만 움직였습니다. 눈 깜빡임의 신호로 알파벳을 지정해 글을 썼는데 첫 문장은 '죽고 싶다.'였습니다. 하지만 두 자식에게 아빠의 삶에 일어난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생명력을 쏟아 하루 A4용지 반쪽 분량을 15개월 동안 20만 번 이상 깜박거려 완성한 책은 '잠수복과 나비'였습니다. 육체는 답답한 잠수복에 갇혀 있지만 그의 정신은 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아 사랑하는 가족과 세상을 만난 것입니다. 책 출간 8일 후 심장마비로 그토록 꿈꾸던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갔습니다. 수년 후 이 책은 ‘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로 다시 태어나 전세계인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책 서문에 자신의 삶을 이렇게 피력했습니다.

“흘러내리는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은 침 삼키는 것은 의식조차 못하며 행복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만큼 인간은 건강할 때의 고마움을 못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

이어서 “내 아들 데오빌 녀석은 50㎝밖에 안 되는 거리에 얌전히 앉아 있다. 나는 아이의 아빠이면서도 손으로 녀석의 숱 많은 머리털 한번 쓸어줄 수도, 고운 솜털로 뒤덮인 아이의 목덜미를 만져볼 수도, 몸을 으스러지도록 안아줄 수도 없다.” 일상에서 자식을 쓰다듬고 안아주는 일은 쉽지만 제한을 받으니 이런 안타까운 일이 생긴 것입니다. 그의 절절한 가족 사랑에 가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병상의 일상은 전혀 다른 세상을 그려냈습니다. “나는 창가에 쌓인 책들을 바라본다. 오늘은 아무도 책을 읽어줄 사람이 없으니 그저 쓸모없는 도서관처럼 생각된다. 세네카, 졸라, 샤토브리앙, 발레리가 겨우 1미터거리에 있지만 가혹하게도 가까이 갈수 없다.” 이 대목의 교훈은 ‘인생이 무료하다 심심하다’ 한다면 그것은 사치요 어리석은 자의 넋두리 밖에 안 됩니다.

그는 와병 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자식들에게 아빠의 의연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검은 파리 한 마리가 내 콧잔등에 와서 앉는다. 나는 파리를 쫓으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본다. 그래도 놈은 버티고 있다. 올림픽 때 구경한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경기도 지금처럼 처절하지는 않았었다.” “동물원의 벽은 어찌나 높던 지, 하나님 맙소사, 캥거루는 벽을 넘었다. 세상은 어찌나 아름다운 지요."

“혼수상태에서 벗어나 휠체어에 앉아 산책에 나설 무렵, 등대를 발견한 것은 길 잃은 덕분이었다.” “열쇠로 가득 찬 세상 내 잠수복을 열어 줄 열쇠는 없는 가?”

“어느 새, 해가 지고 파리 행 마지막 기차가 떠날 시간이 되면 나는 병실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겨울이 오기를 기다린다. 따뜻하게 옷을 껴입고 어두운 밤이 찾아올 때까지 바닷가를 산책할 수 있을 텐데, 해가 지고 나면 뒤를 이어 등대가 수평선 하나 가득 희망의 빛을 발하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을 텐데.”

“방문객들이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누르고, 나와 세상을 갈라놓는 마지막 몇 발자국을 옮겨 놓기 위해 특별히 용기를 내야 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유리로 된 자동문, 7번 승강기, 마침내 119호 병실에 이르는 짧은 복도, 반쯤 열린 문틈으로, 마치 운명의 신이 삶의 낭떠러지에 던져 버린 듯 누워 있는 환자들만 보인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큰 감동을 받지 않았습니까? 저는 한 동안 가슴이 먹먹했으며 ‘행복 조건의 기준’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건강할 때는 모르다 잃었을 때 비로소 깨닫습니다. ‘잠수복과 나비’는 우리를 일깨우기 위한 열쇠였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에 비로소 발견한 등대와 빛, 자유를 희구하며 팔랑팔랑 나는 나비에 몸을 실은 모습이 너무 숭고합니다.

그는 자식과 우리에게 긍정의 유산을 남겨주었습니다. 그가 깜박였던 단어 ‘하나님’ ‘가족’ ‘행복’ ‘길’ ‘등대’ ‘희망’ ‘빛’ ‘잠수복’ ‘나비’ ‘열쇠’등의 소재는 모두 성경 이야기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요, 빛이시며 죄와 사망의 흉악한 결박을 풀어주는 열쇠가 되십니다. 부디 긍정의 새로운 인생관, 세계관, 신앙관이 열려지기를 소원합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 목사드림. http://vision.069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