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2   마지막 잎새를 그리며

  워싱턴 광장 서쪽에 가난한 화가들이 사는 작은 셋집들이 모여있습니다. 한 집의 2층에 수우와 존시가 살고 있는데 소녀 티를 갓 벗어난 신참 화가들이었고 수우는 고향이 메인 주이며 존시는 캘리포니아 출신입니다. 이들은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예술과 샐러드와 작업복 소매 등에 대한 취향이 같다는 것을 발견하고 둘이 공동 화실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11월이 되자 폐렴이 온 마을에 퍼졌고 가난한 화가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이때 캘리포니아의 따듯한 기후 속에만 살던 가날픈 존시에게도 폐렴이 찾아왔습니다.

  존시를 진찰하던 의사는 수우를 밖으로 불러내어 "아무래도 저 아가씨 회복될 가망성이 없어요, 본인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습니다." 수우는 한참 울다 눈물을 씻고 존시 곁으로 갔습니다. 존시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창문 밖을 내다보며 뭔가를 세고 있었습니다. "여덟", "일곱..." 창 밖 건너편 벽에 담쟁이덩굴이 기어올라가 있었고, 싸늘한 늦가을 바람에 잎새는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존시는 속삭이듯 "여섯, 3일 전에는 1백 개쯤 있었어. 아! 또 하나가 떨어졌네. 이젠 다섯 개 남았어." 수우는 "뭐가 다섯 개밖에 안 남았다는 거야?" 존시는 "담쟁이덩굴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나도 하늘 나라로 떠나야 해."

  수우는 "제발 그런 망상을 버리라"하고는 이 딱한 사정을 아래층에 사는 베어만 노인 화가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베어만은 늘 걸작을 그리겠다고 벼르지만 제대로 된 작품이 없었습니다. 존시의 나약한 마음을 듣고 나서 베어만은 뭔가를 결심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존시가 눈을 멍하니 뜨고 창문에 드리워진 커튼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커튼을 올려 줘. 밖을 보고 싶어." 수우는 마지못해 커튼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밤새도록 비바람이 몰아쳤는데도 담쟁이 잎새 하나가 아직 떨어지지 않고 벽에 붙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틀림없이 간밤에 떨어졌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오늘은 떨어지고 나는 죽겠지." 또 밤이 되자 비바람이 거칠게 창문을 흔들었습니다. 날이 밝자 존시는 커튼을 올리라고 재촉했습니다. 수우가 떨리는 손으로 커튼을 올리자 놀랍게도 담쟁이 잎새 하나가 여전히 붙어 있었습니다. 존시는 커다랗게 눈을 뜬 채, 잎새를 오래 바라보는데 점점 얼굴에 생기가 돌면서 "난 정말 형편없는 아이였어. 저 마지막 잎새가 가르쳐 주었어. 죽고 싶어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과 같아. 수프 좀 갖다 주고, 손거울을 부탁해 베개를 받쳐 줘 일어나 앉고 싶어"

점심때쯤 의사가 수우에게 "병 나을 가망은 80%입니다. 간호를 잘하면 곧 낳습니다. 나는 아래층의 베어만 노인에게 가보겠습니다. 그는 몸이 허약한데다가 급성폐렴이라 살 가망이 없더군요." 이틀 후 수우는 "존시야, 네게 말해 줄 게 있어, 베어먼 씨가 폐렴으로 돌아가셨어 간밤에 어디 갔었는지 신발과 옷이 흠뻑 젖어 얼음처럼 되었고 방에서 사다리, 붓, 녹색과 노란색을 섞은 팔레트가 발견되었대, 그런데 담쟁이 잎새가 꼼짝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니? 사실은 베어 먼 씨의 걸작이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진 날 밤, 대신 그려 넣은 거야."

  이 생명의 편지를 읽으시는 분이여!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작품입니다. 그때 받은 교훈은 일생을 걸쳐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인생인지 사색하게 만듭니다. 원래 어른들을 위해 지은 글이지만 너무 교훈적이라서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모두 수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잎새의 중심사상은 사람에게 있어 '희망'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그 희망을 만들어 가는 '희생'의 역할을 감동적으로 엮은 것입니다.

  첫째 희망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기독교인으로서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자기상실이라 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절망은 영원한 생명의 상실, 하나님과의 관계상실이라 했습니다. 지금 말할 수 없는 절망과 상실로 인하여 마지막 잎새를 비애스럽게 세고 있지는 않습니까? 절망하지 하지 마십시오 마지막 잎새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결코 시들거나 떨어지지 않습니다. 예수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주님은 부활이시며 희망이십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십시오. 

  둘째, 희생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존시를 사랑하는 수우와 베어만 노인의 희생, 특히 무명 화가 베어만 노인의 행동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듭니다. 평생 걸작을 그려보겠다고 벼르며 화실에 캔버스를 놓았지만 여전히 비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은 달랐습니다. 담쟁이 넝쿨 벽에 그렇게 멋진 마지막 잎새를 그려 넣은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걸작을 그려냈습니다. 그의 희생으로 꺼져 가는 한 생명을 구한 것입니다. 아... 아! 베어만 노인처럼 마지막 잎새를 그리고 싶은 충동은 나만 일까? 마지막 잎새와 십자가가 오버랩 되어 보입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목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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