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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42 대구 지하철 화재
2005-04-14 18:06:01 read : 1818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를 접하고 난후 하두 어처구니가 없어 한동안 할말을 잃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앉아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단 말입니까? 참으로 분하고 원통한 일입니다. 한 인간의 삐뚤어진 사고가 이렇게 큰 슬픔을 불러 일으켰으며 나아가 위기상황을 대처하지 못한 이들의 안일한 태도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당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싶으니까 분함에 가슴이 미어지고 목이 메였습니다. 그러니 유가족들은 날벼락의 소식에 얼마나 기막혔겠습니까? 그들은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오열하다 실신하는 것이었습니다.
화재현장을 수습하면서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쇠가 녹는 용융점은 1150도이며 화장일 경우 로의 온도는 1100도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화재는 1200도를 훨씬 넘었다고 하니 결국 사람은 한줌 티끌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DNA를 추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원소도 소멸되었다는 것입니다. 너무 가슴 아픈 일은 희생자들의 일차적 사경의 헤메임은 불이 아니라 검은 연기였다고 합니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통화내용을 분석해보면 당시 상황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엄마 나 죽을 것 같아... 그리고 심한 기침... 주변의 외마디 비명소리..." 결국 연기에 질식한 후 혼미한 그 위로 아직 살아있는 육신 위에 뜨거운 불덩이가 덮치고 삼켰던 것입니다.
저는 고인들에게 꽃 한 송이 헌화하고 싶었고 유가족들을 가까이서 위로하고 싶어 참사후 6일만에 부산에서 대구지하철 화재 현장을 찾았습니다. 대구역에 도착하니 하늘도 슬퍼서인지 눈물을 뿌렸고 건물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검은천 흰글씨의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을씨년스럽게 내걸려있었습니다. 지하철 중앙역을 향해 걷는데 벌써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몇블럭을 걸은 후 마침내 비극의 현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아카데미극장 앞에는 애도의 촛불이 가물대고 있었으며, 그을린 지하도 입구에는 수많은 국화꽃들이 수북히 쌓여있었습니다. 조문행렬과 함께 시커멓게 입을 벌린 지하철역 아래 계단을 밟았습니다. 희미한 불빛아래 비치는 벽과 천장의 시설물들은 모두 이상한 모양으로 녹아 내렸고 새까맣게 그을렀습니다. 지하일층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넋이 나간 사람이 되어 웅크리고 앉아있었고 그 뒤로 검은 옷을 입은 전경들이 미동도하지 않은 채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런 음산하고 전율된 분위기는 마치 딴 세상 유령의 세상에 온 것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을린 새까만 벽은 그대로 흑판이 되어 애틋한 사연들로 채워졌고 실종자의 사진들은 슬픈 눈으로 조문객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지하이층으로 내려가 보니 더 참혹했고 지하삼층은 출입이 통제 된 채 시커먼 입을 벌리고 던져지는 국화꽃만 받아들였습니다. 합동분향소가 있는 시민회관은 사망을 확인한 유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모두들 망연자실한 상태였습니다.
이번 참사현장을 조문하면서 가장 강렬하게 받은 인상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남아있는 자가 했던 일은 한결같이 신(神)에게 사후세계에 그 영혼을 부탁했다는 점입니다. 검게 그을린 벽면에 이런 글들이 씌여져있었습니다. "신(神이)여! 내 딸을 부디 좋은 대로 보내주세요" "만일 신이 계신다면 내 착한 동생을 꼭 고통 없는 세상으로 보내 주세요" "신이여 우리 엄마 다시는 고통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헤어짐의 아픔 다시 볼 수 없는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마지막 몸부림과 바램이었습니다.
이 생명의 편지를 읽으시는 분이여!
저는 또 다른 글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이여! 내 사랑하는 딸의 영혼을 부탁하나이다. 딸아 그 날 아침 천국에서 만나자" "주님 품에 먼저 안기신 엄마 잠시후 다시 만나요" "여보 당신이 먼저 천국에 입성하셨군요 다시 만날 그 날을 그리워하며 굳세게 살렵니다." 그 날 참사현장에서 핸드폰으로 남겨진 마지막 메시지가 곳곳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느 자매는 남편으로부터 폰이 걸려 왔습니다. 심한 기침과 함께 "여보 내가 먼저 주님 품으로 갈 것 같아 사랑해" 침작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목사님 저... 먼저 천국에 갑니다."등이었습니다.
이상에서 두 가지 극명한 대조를 바라봅니다.
하나는 절대자에 대한 호칭과 사후세계에 대한 막연함이었습니다. '신(神)이여! 만일 계신다면 그리고 사후세계가 있다면 좋은 곳에서 살게 해주세요' 이 얼마나 처절하고 안타까운 이별과 부탁입니까? 그러나 또 하나는 어떻습니까? 막연한 신이 아니라 전능하신 하나님,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확신입니다.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한 천국의 확신이였습니다. 무엇보다 큰 소망은 다시 만나는 재회의 희망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숨질 때 이같은 위로와 약속과 희망을 갖지 않으시렵니까?
다음 편지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주님께 기도합니다.
정정관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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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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