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17  숭례문 화재의 교훈

  숭례문(崇禮門)에 화재가 발생해 국보 1호, 현존 성문 중 가장 오래 된 문화재가 소실되었습니다.(2008.2.10) 서울 도성을 둘러싼 성곽의 문 중, 정 남쪽에 위치해 남대문이기도 합니다. 태조 4년(1395)에 짓기 시작하여 태조 7년(1398)에 완성됐으며 무려 6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 장구한 세월을 지내는 동안 우리 민족의 크고 작은 역사의 애환과 아픔을 함께 겪었고 전란으로 인해 수많은 상처를 간직한 채 우리 민족의 구심점과 자존심이 되어주었습니다. 화재가 나던 날 우리 모두는 가슴 조리며, 눈물을 흘리고 발 구르다 무너지는 순간 외마디 비명을 질렀습니다.

  허탈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 분한 마음,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착잡한 심정이었습니다. “아니 서울 한 복판에 그 불길 하나 잡지 못하나?” 그러나 첨단 장비라도 화재 구조상 그 날의 불을 진압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발화자는 온전치 못한 사람으로 ‘신나’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이제 숭례문 화재를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숭례문이 의인화 및 인격화 되었다는 점입니다.

  숭례문은 비록 사물이지만 우리와 함께 역사의 발자취를 함께 나누었기에 마치 인격처럼 정(情)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온 국민은 한 결 같이 애통해 하며 이런 넋두리를 했습니다. “미안해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날이 밝자 남녀노소 시민들은 남대문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매캐함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시커멓게 타버리고 뭉그러져 비스듬히 주저앉은 숯덩이 그 고뇌의 처연한 모습’을 보고 통곡하는 분, 엎드려 절을 올리는 분, 그렇게 하기를 몇 날로 이어지면서 각자의 표현대로 ‘님’을 향한 헌화, 헌시, 춤사위, 조가 등으로 애곡하였습니다.

   둘째,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큽니다.

  우리 모두는 이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 긴 세월을  모질게 견디어 냈는데 왜 하필이면 우리 세대에 이런 끔찍한 일을 당 했나” 그래서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 것입니다. 놀라운 발견은 숭례문이 우리 자신도 모르게 한 인격으로 우리 민족의 가슴에 ‘님’으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의식하지 못하다 잃고 나서야 깨달으니 그래서 더 애석하기만 합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이제 남아있는 문화재에 대해 민족의 숨결을 더 느끼며, 깊은 정으로 교감을 가지는 전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귀중함을 배워 아끼고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는 교훈을 받았습니다.

   셋째, 불행 중 다행입니다.

  다행이 복구내지 복원이 가능하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으로 큰 기대를 가져봅니다. 우리 민족은 가슴 뭉클하게도 숭례문 복원을 위해 개인 소유의 산에 있는 어떤 나무든 건축 자재로 기꺼이 바치겠다는 헌신이 쇄도했습니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소식들입니다. 특히 다행스러운 것은 숭례문 현판이 소화직전 극적으로 구출되었습니다.

  비록 높은 곳에서 추락했으므로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할 수 있다 합니다. 후일에 숭례문이 복원되면 그 날의 아픔을 딛고 다시 우리 민족의 분신으로 함께 역사를 걷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이 역사의 현장을 보고 영적(靈的) 교훈을 전하고 싶습니다. ‘시커멓게 타버리고 뭉그러져 비스듬히 주저앉은 숯덩이 그 고뇌의 처연한 모습’은 영락없이 김동리 선생의 ‘만적의 등신금불’같았습니다. 숭례문을 의인화 하였을 때, 우리 인생은 언젠가 그렇게 속절없이 주저앉게 될 것이라는 필연적 사실입니다.

  숭례문의 발자취를 보던 중, 옛 사진들 속에 눈길을 끈 것은 당시의 사람들입니다. 긴 머리의 총각, 상투 틀어 얹은 사람, 아녀자, 양반, 상인 등등 ‘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 까?’ 사실은 우리도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만.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라는 고뇌의 향로’를 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 심판이 있으리니”(히9:27). 여기 심판은 둘째 사망으로 영원히 꺼지지 않는 유황불에 처하게 됨을 뜻 합니다(계21:8).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하나님께서 심판의 불길로부터 피할 길을 주셨습니다.

  마치 숭례문 현판이 불에 타기직전 구출된 것처럼 인간을 구원하셨습니다. 성경은 말씀합니다. “죄의 삯은 사망이요, 하나님의 선물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생명이라.”(롬6:23). 처참한 모습에 투영된 인간본질을 깨닫고 애타게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과 손길에 응답이 있기를 소원합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목사드림. http://vision.069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