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피아 교회와 블루모스크 앞에 ‘히포드럼 광장’은 오늘날은 ‘술탄 아흐멧 광장’이라고 부릅니다. 지금은 비록 작아졌지만 오랜 역사적 유적들이 있습니다. 본래 이곳은 로마의 황제 세비루스에 의해 지어진 검투 경기장이었는데, 콘스탄틴 황제에 의해 검투 경기는 금지되고 대신 말이 끄는 전차경기장으로 바뀌었습니다.

히포드럼(Hippodrome)은 말(horse)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hippos와 경주(race)를 뜻하는 dromos를 합성한 말로서 그리스와 로마인들이 누렸던 경마나 전차경주의 U자 트랙을 의미합니다. 로마시대에 10만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었고, 비잔틴 수도의 정치, 사회모임, 결혼식, 시장 등이 열리던 곳입니다.

히포드럼은 1959년에 제작된 영화 ‘벤허’의 배경으로 벤허(찰톤 헤스톤)가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던 바로 그 전차 경기장입니다. ‘술탄 아흐멧 광장’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오스만 제국의 14번째 술탄(왕)인 아흐멧이 ‘술탄 아흐멧 사원’(블루 모스크)을 고대도시의 심장부 히포드럼에 세웠기 때문입니다. 이때 광장은 축소되었고 유적들은 소실되었습니다.거슬러 올라가서 콘스탄티누스,데오도시우스 황제는 비잔틴 수도 이미지 향상을 위해 세계에서 예술품을 모아 트랙 중앙에 세웠는데 남은 것이 세 가지입니다.

① 오벨리스크, ② 뱀 기둥 ③ 콘스탄티누스의 기둥입니다.

1. 오벨리스크 :

이스탄불에서 가장 오래된 기념비로 원래 높이는 32.5m 이었는데 현재는 20m입니다. 이 오벨리스크는 BC 15세기 즉 3500년 전에 만들어 졌습니다. 이집트의 파라오가 메소포타미아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위해 세운 것입니다. AD 390년 비잔틴 황제 데오도시우스 1세는 이집트 룩소르에 있는 카르낙의 아몬신전에서 이 엷은 핑크색 대리석 기둥을 가져와 세웠던 것입니다.

오벨리스크의 기단 받침대 4면에는 오벨리스크를 세우는 것을 지켜보는 황제의 모습, 전차 경기 모습, 무희들이 춤추는 모습, 외국의 사신들로부터 공물을 받는 황제의 모습, 히포드럼에서의 일들을 양각으로 부조해 놓았습니다. 특히 경외감을 갖게 하는 부분은 오벨리스크의 4면 본체에 이집트 상형문자로 음각을 해 놓았는데, 내용은 파라오 투트모스의 용맹성을 뜻하는 것입니다. 글씨가 무려 3500년이 흘러도 뚜렷하게 남아 있으므로 그 역사성에 입이 다물어 지질 않습니다.

2. 뱀 기둥 :

히포드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기념비로 BC 479년 그리스 델피의 아폴로 신전에 바쳐졌던 뱀 기둥입니다. 그리스가 팔라테아 전투에서 페르시아에 대항해서 싸운 그리스 도시 국가들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스는 페르시아의 청동 무기를 빼앗아 녹여서 뱀 기둥을 만든 것입니다. 세 마리 뱀이 서로 몸을 꼬며 올라가는 모습으로 AD 326년 콘스탄틴 황제가 그리스에서 가져와 이곳 히포드럼 광장의 트랙 중앙에 세워 놓았습니다.

머리 위에는 직경 2미터의 황금 트로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황금 트로피는 뱀 기둥이 이스탄불에 옮겨 오기 전에 분실 되었고 뱀들의 머리는 오스만 시대에 부서졌고, 하나는 이스탄불 박물관에, 또 하나는 대영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으며 높이는 5미터 정도입니다.

푸른빛을 띤 청동 기둥이 철(鐵)이었다면 산화로 인해 벌써 부식되어 옛 모습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보통 알려지기는 청동은 고도의 합금 기술이 요구됩니다. 그러므로 뱀 기둥은 청동기의 우수성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형을 유지하면서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고 있는 청동 기둥 앞에 100년 미만 인간의 유한함에 그저 왜소하고 숙연해지기만 합니다.

3. 콘스탄티누스의 기둥 :

탑의 기단부에 "콘스탄틴 7세가 할아버지를 위해 탑을 세우고 청동을 입혔다."했으므로 10세기 이전에 세웠습니다. 높이는 32m, 청동 표면에는 당시 비잔틴시대의 시민생활상을 조각했으나 13세기 초 라틴 군이 청동을 떼어 동전을 주조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청동을 떼어낸 자리는 마치 속살을 베어 낸 것처럼 움푹 움푹 들어갔으므로 현재의 모습은 몹시 황량하고 을씨년스럽습니다.

4. 독일 분수 정 :

8각 돔은 네오 비잔틴 양식으로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1898년에 이스탄불을 방문한 일을 기념해 세웠습니다. 주변의 역사적 가치에 비해 다소 쌩뚱 맞은 신참이라고 생각됐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니 굉장히 공을 들여 정교하게 만들었습니다.

‘히포드럼 광장’은 조용한 공원으로 조성되어있지만 옛날 로마 군병들의 전차가 지축을 흔들며 달릴 때 10만 관중이 함성을 지르던 곳이었습니다. 그 숱한 무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 까? 사랑스러운 ‘성 소피아 교회’는 그 비밀을 가슴에 안은 채 순례자들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3500년의 세월을 간직한 오벨리스크, 2500년을 간직한 뱀 기둥은 까마득한 사연과 억겁의 시간을 이어주고 있었습니다. 저들을 의인화해 생각해보니 불쌍했습니다. 왜냐하면 고국산천에 결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내 고향, 내 본향으로 돌아가기에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순례의 길을 걷습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 목사드림. http://vision.069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