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5   삼성궁

  지리산 청학동에 삼성궁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고조선 시대의 소도(蘇塗 : 천신에게 제사를 지낸 곳)를 복원한 곳으로 우리나라 시조인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곳으로 삼성궁 또는 배달성전이라고 합니다. 산행을 하기에 알맞은 산기슭을 호젓이 휘감아 돌아서 입구까지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궁 이란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평범한 돌담과 나지막한 계단, 조그만 한 동굴 문에 두 짝 문만 있습니다.

  입구 좌우에는 장승이 있고 궁내부는 전혀 볼 수가 없으며 적막한 가운데 안쪽은 아무런 인기척이 없습니다. 문 앞에 징이 매달려있는데, 그 징을 세 번 쳐 알리면 안내자가 나옵니다. 잠시 후 고구려 복장과 삿갓을 쓴 젋은 수자가 나왔습니다. 그는 안내하기를 이 곳은 신성한 지역이기에 음주 흡연을 금하고 소리를 낮춰 엄숙히 참배해달라고 당부를 합니다.

  나지막한 짧은 동굴을 통과하자 거기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동화 속의 '이상한 나라 엘리스' 혹은 이국적 분위기로 동남아 어디 스리랑카 같은 나라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삼성궁은 사당으로 시조들을 모신 건물로서 보통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솟대와 한반도 모양의 연못이었습니다. 솟대는 전북 진안의 마이산 돌탑과 흡사한 모양의 원추형 돌탑이며, 맷돌로만 쌓은 맷돌 탑, 단지로만 쌓은 단지 탑 등이 있고 높이는 한 길 정도 되는 것에서 10m 가까운 것도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향해 수 없이 솟은 형상들은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수행자는 솟대의 수가 자세히 모르지만 약 1300여 개가 되는데 앞으로도 계속 쌓는다고 합니다.

  "이 탑들은 소도 즉 삼성궁이 신성지역임을 알리는 솟대"라고 합니다. 소도란 고조선과 삼한시대에 천신(天神)에게 제사지내던 지역으로서 각 고을마다 이 소도에 신단(神壇)을 마련하고 그 앞에 방울과 북을 단 큰 나무를 세워 제사를 올렸다고 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많은 솟대들은 '한풀선사'라는 한 분이 쌓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많은 수자들이 있어 함께 돌탑을 끊임없이 쌓는데 그 탑 쌓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고 합니다.

  한풀선사가 이렇게 삼성궁을 이루게 된 배경은 순수 우리 민족혼을 일깨우기 위함이었습니다. 신선도(동학 및 화랑도 사상)를 공부하는 곳이자 단군의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는 상징적 공간입니다. 유교식 제사에서 벗어나 민족 고유의 천제를 지내는 등 역사의 정통성 회복에 앞장서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홍익인간 이화세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이치로서 세상을 다스린다.)의 건국이념을 바탕으로 단일 민족의 찬란한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외래 종교 및 사상으로부터 민족의 주체성을 찾고 배달겨레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종교와 사상을 초월한 민족 고유의 성전을 세워 천제를 지내는 것이 삼성궁의 목적입니다.

  이 생명의 편지를 읽으시는 분이여!

  저는 이번에 아주 귀중한 경험을 가졌습니다. 그것은 삼성궁 사람들의 종교성과 사상성(철학성)입니다.

  첫째, 종교성입니다.

  인간을 호모 레리기오니스(homo religiones)라고 부릅니다. 인간은 종교적인 존재라는 뜻입니다.

  ① 시간적으로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② 공간적으로 지구촌 어느 지역에서나

  ③ 인종적으로 모든 종족이

  ④ 문화적으로 미개하든 문명이든 인간은 예외 없이 종교적인 삶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종교를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종교란 어떤 절대자에게 제사행위 곧 예배를 드리는 행위입니다.

  바울사도가 그리스 아데네(Athens)에 가보니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을 비롯하여 많은 신전들이 있었습니다. 이때 바울은 그들을 향해 이렇게 외칩니다. "아데네 사람들아 너희를 보니 범사에 종교성이 많도다." 과연 그곳은 신을 애타게 찾는 흔적들 곧 천신에게 제를 드리는 제단들이 수 없이 많았습니다. 바울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창조주로서 천지를 지으시고 유일하신 하나님과 인간의 영혼과 육체를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했습니다.

  둘째, 사상성(철학성)입니다.

  인간을 가리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부릅니다. ‘지혜 혹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란 뜻입니다. 삼성궁 배달 길을 산책하며 "아! 나는 배달민족이구나"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생각을 가졌는데, 이 분들이 조상의 뿌리를 생각하고 찾은 것처럼, 조금 더 올라가서 근본뿌리인 "창조주 하나님을 생각하고 찾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였습니다. 종교는 내세(來世)가 있어야 하고 '영원한 생명'이 보증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종교 철학에 머무르고 맙니다. 부디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셔서 영생을 사모하게 되기를 기도 드립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목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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